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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4-03-29 덴 매거진] 식물을 남김 없이 피부에 바른다, 라피끄 이범주 대표 인터뷰

관리자 2024-07-16 조회수 182

2024-03-29 |  덴 메거진  |  원문바로가기


식물을 남김 없이 피부에 바른다, 

라피끄 이범주 대표 인터뷰

추출 방식이 아닌 식물체 자체를 피부에 바르는 방식으로 폐자원이 전혀 남지 않는다. 

업사이클링을 넘어 폐자원을 아예 없앤 것. 환경을 지키면서도 화장품업계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꿀 기술이다.


ⓒ 라피끄
 

라피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2017년에 창업한 업사이클링 뷰티 브랜드로, 식물이 가지는 효능을 최대한 끌어 쓰는 기술을 개발, 이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다. 소비자로 하여금 합리적인 금액에 보다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업사이클링 뷰티 브랜드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올해로 화장품업계에 몸담은 지 20년째다. 일하면서 간혹 들려오는 비평은 “화장품을 발라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강조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화장품업계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실제로 몇몇 화장품 제조업체는 마케팅에 의존하며 제품 품질 개선에는 안일한 경우도 있다. 동종 업계에 종사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점은 불만이었다.

 

대표적으로 식물 효능에 관한 것이다. ‘왜 식물의 효능을 제품에 온전히 녹여내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보통의 화장품을 제조할 때 식물 원료의 효능을 10%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나머지 90%는 식물에 그대로 남아 버려지는 것이다. 상품 제작 프로세스가 효능 중심이 아니라 생산 편의 중심인 셈이다. 이 부분을 기술로 극복해 보자는 생각으로 라피끄를 창업했다.

 


브루버드그레인스크럽바 ⓒ 라피끄


브루버드 비어 샴푸 ⓒ 라피끄


플렌티플랜트 앰플토너 ⓒ 라피끄
 

제작 방식을 개선하다 보니 업사이클링까지 도달한 것인가?

그런 셈이다. 사실 대단한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다. 라피끄는 화장품 회사이고, 타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했다. 식물의 효능을 남김 없이 쓰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식물 대신 이미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지는 식물을 써보자는 생각에까지 도달했다. 이미 말했듯이 버려지는 식물에도 이미 90%가량의 유효 성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향으로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지금은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기술까지 개발하게 됐다. 최근 몇 년 새 ESG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는데, 우리는 그동안 개발하던 기술을 계속 발전시키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

 

라피끄가 연구한 기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식물체 연화 기술’은 라피끄가 자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화장품 원료화 기술이다. 식물 원료를 그대로 피부에 녹여 바르는 기술로, 피부에 온전히 스며들어 사용 후에 씻어낼 필요가 없다. 보통 식물을 원료로 제품을 제조할 땐 ‘추출’이 기본이다. 식물에서 액체를 추출해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제조하기 편리한 방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추출과 농축을 반복해도 결국 추출 후에 폐기물이 남는다.

 

이를 지켜보다 문제는 ‘추출’ 과정 자체가 아닐까 생각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다른 추출 방식을 찾았겠지만, 우리는 추출 과정 자체를 아예 없애자는 방향을 택했다.

 

라피끄 본사 생산시설 ⓒ 라피끄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이라는 점이 더욱 대단하게 느껴진다. 연구 과정이 궁금하다

과거 오비맥주의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협업 프로그램의 주제 중 하나로 맥주를 제조하고 남은 맥아 껍질 ‘맥주박’을 재활용하는 기술이 있었다. 화장품업계에서 생소한 재료이기도 하고, 원재료도 아낄 수 있겠다 싶었다. 첫 시도에서 대략 45%를 재활용했는데, 여전히 절반은 버려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기껏 맥주박 부산물을 활용했더니 또 잔여물이 남는 셈이었다. 그래서 그 잔여물을 스크럽으로 제작했다. 남은 절반의 부산물까지 사용하니 폐기물이 전체의 90%가량 줄었다. 그런데 이쯤 되니 연구자로서 집착이 생기더라.(웃음)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머지 10%도 활용해 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를 활용해 화장품에 들어가는 그래뉼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제로 웨이스트 업사이클링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됐다.

 

한편으론 주류 기업과 화장품 기업이라는 전혀 다른 업계가 협업한 셈이다

가치사슬이 한 업계 내에서만 머물면 대중의 관심이 식거나 그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업사이클링 측면에서 이종 산업 간 결합은 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업사이클링 기업의 측면에서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쉬운 길은 아니다. 가장 어려운 건 소비자의 인식이다. 업사이클링이 한때 유행으로 사라지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화장품은 피부에 바르는 것이지 않나. 주변 몇몇 사람은 환경보호 측면에선 동의하지만 본인 피부에 직접 쓰기는 꺼려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진심을 다하고 있는데, 단순히 친환경을 마케팅 차원으로만 소비하는 기업과 동일시될까 우려된다. 물론 연구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 등 현실적 문제도 작지 않다.

 

‘업사이클링’이 단순히 마케팅 용어로 사용되는, ‘그린워싱’이 되지 않길 바란다. 결국 이것이 시장 전체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에게 업사이클링 기업의 진정성이 전달되어야 업사이클링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

 


라피끄  이범주 대표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한다.

지금 이 길이 어렵고,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앞장서야 한다.

해낼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의지가 있는 우리가 나서는 게 맞다.

 

업사이클링 기업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나?

업사이클링 제품은 무조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하면 안 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기본적으로 폐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만드는 제품보다 품질이 좋지 않거나, 생산 원가가 높은 경우가 많다. 여러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품질은 낮으면서 가격은 높은 제품이 되는 셈인데, 몇몇 기업은 ‘가치소비’, ‘착한 소비’라며 소비자에게 구매를 강요한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무조건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는 충족해야 한다. 업계의 경쟁 제품에 비해 생산 원가가 낮거나, 품질이 좋거나, 두 가지 모두를 충족하거나. 한마디로 가성비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비전이 있다면?

우리가 원료사로부터 원료를 사고, 업사이클링해 화장품 브랜드사에 공유하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만 잘돼 성공할 수 없다. 업사이클 측면에서 원료 회사도 잘돼야 하고, 브랜드도 잘 성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환경을 지키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을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

 



정지환 에디터 stop@mcircle.biz